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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추억하기 그리고 꿈꾸기

1 열정이기도 하였고 집착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였다 그리움은 무어라고 말해도 다 맞고, 또 다 틀리다 말에도 온도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온도가 있다 그 온도에 따라 시들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한다 길을 걷는 것이 때로 허망한 생각이 들 때 서로의 동선이 어긋나기 시작할 때 말의 온도나 사람의 온도는 마을 골목 끝까지 퍼지고 나는 그곳에 집 한 채 지으려 매일 잠을 설쳤다 쌓다가 허물어 내린 기억으로 다시 집을 지었다 발 뻗으면 닿을 만큼 불편한 집을 지었다 사람들은 서로 손가락질을 하며 살아갔다 살아가려면 삶의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혀를 차며, 목적은 다른 세계의 숨겨진 길이 되기도 하였다 사람들이 뭐라든 겨울 문턱에서 집을 짓는다는 것 이미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이후에도 많은 것을 버려야 하기에 왜 그렇게 서둘러 갔냐고 묻고 싶었다 나는 무대를 등진 힘없는 관객일 뿐 버리고도 함께라는 대단한 의미는 찾지 못했다 호수는 언제나 잔잔한 물결로 다가오고 노을처럼 꺼져가던 불꽃이 타오르기도 하였다 그 불꽃 보듬으며 살아야 하는 이유 하늘이라도 끌어내려 파랗게 변해가는 새벽 지은이의 속삭임이 들릴 듯한 짙은 안개 밀물처럼 다가왔다 썰물처럼 사라지는 기억을 더듬으며 나는 그것으로 큰 창이 호수로 향한 작은 집을 짓는다 손이 아닌 머리로 발을 뻗을만한 집을 짓는다 집을 짓는 시간 내내 사람들은 잠들었고 별들은 내려다보고 있었다     2 집을 짓는 재료는 제일 단단한 것으로 부서지지도 또 낡아지지도 않는 기억이라는 무게를 사용하기로 한다 꿈이라는 가능한 큰 창문을, 날마다 열고 닫을 희망의 문을 또한 짓기로 한다 평안의 따뜻한 지붕을 얻었으면 좋겠고 내 몸같이 피어나기를 원했던 자유의 뒤란엔 철마다 꽃씨를 뿌리기로 한다 그러나 내게는 없어도 좋을만한 슬픔과 아픔의 순간 또한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싶다 떠난 곳을 뒤돌아보기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다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하였고 꼭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지나간 후회도 있다 세상이 달라지는 줄도 모르고 이방인의 삶은 채 바퀴였다 쉼 없이 달려왔다 잠시 멈춰 선다 때로 동굴로 도망치기도 하고 뜬금없이 몰두하다 길을 잃을 때도 있었다 후회는 하지 않겠다 다만 시끄러운 시선을 떠나 얼마 남지 않은 추억하기 그리고 꿈꾸기 어느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나의 궤렌시아     3 나의 시간 속으로 들어와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던 소리, 귓전에 가까이 들린다 반가움에 한숨으로 달려갔다 수평선으로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소리 자갈 위를 낮게 안으며 밀려온다 이내 모래가 소리의 끝을 잡고 따라 나간다 수백 광년의 빛으로 만들어내는 윤슬 시간의 개념이 사라진 미시간 호 수에 떠다니는 소리의 입자들 둥글고 가는, 깊고 높은 음들이 모여 넓은 호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가득하다 한 손을 높이 들고 다른 한 손으론 모든 악기 소리를 멈추게 한다 이어지는 피아노의 선율 건반 위를 춤추듯, 튀어 오르다 미끄러지는 10개의 손가락 숨이 멎는다 하늘의 소리 카덴차 긴 여행길에 맞이하는 나만의 시간에 빠져든다 언덕 가득 눈발이 옆으로 부는 바람에 춤추듯 날린다 흔들리던 나의 평형감각이 돌아왔다 별빛을 주워, 윤슬을 담아, 반짝이는 조약돌을 모아, 피아노의 맑고 청아한 하늘의 소리를 역어 집을 짓는다 호수를 향해 큰 창이 있는, 커피 팟이 딸린 작은 키친과, 좁은 계단을 오르면 퀼트 조각 이불을 덮은 침대가 있고, 누우면 밤 하늘 별들이 반짝이는, 팝콘 고소한 냄새가 가득한 작은 오두막을 짓는다 (시인, 화가)     신호철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추억 소리 카덴차 악기 소리 소리 자갈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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